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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친절한 공사장

건물의 길고 늘씬한 다리ㅣ파일공사

건물의 다리?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다리가 있는 건물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길고 늘씬한 다리로서, 눈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건물은 일부러 기울어지게 설계한 경우가 아니면 보통 땅에 수직으로 서 있게 됩니다.

하지만 건물이 가진 다리의 길이는 제각각 다릅니다. 그리고 그 다리들은 깊은 땅속의 암반을 힘차게 딛고 서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진흙이나 모래 위에 의자를 놓고 앉으면 의자 다리가 푹푹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 단단한 땅이 나오면 다리가 빠지는 것이 멈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땅속 단단한 땅이 수평이 아니라 울퉁불퉁 불규칙하다면? 의자도 수직이 아닌 기우뚱한 채로 멈추게 됩니다.


사람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건축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땅속으로 푹푹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물은 그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아주 단단한 땅에, 즉 땅속의 굳은 암반층 위에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암반층이 너무 깊은 곳에 있으면 어떡하지? 그곳까지 땅을 파서 거기서부터 건물을 올려야 하나?”

그럴 때는 건물 밑바닥에서부터 의자처럼 기다란 다리를 쭉 뻗어내어 암반층 위에 닿게 합니다. 

 

이것이 건물의 보이지 않는 다리! 이 다리가 말뚝(파일)이고, 이 작업이 흔히 말하는 말뚝박기, 말뚝기초 공사입니다.

이 말뚝으로 건물은 땅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암반층 위에 서 있게 됩니다.

 

<콘크리트말뚝>

반대로 만일 암반층이 얕은 경우에는? 굳이 말뚝이 필요 없습니다.

바로 그 암반층 위에 두꺼운 콘크리트를 넓고 두껍게 타설하여 그 위에 건물을 올리게 됩니다. 이를 매트기초라고 합니다. 즉 건물은 다리를 뻗어 서 있을 필요 없이 그냥 매트 위에 엉덩이로 주저앉으면 됩니다.

매트기초 : 건축물의 전체 바닥면 또는 바닥면 이상으로 넓게 걸쳐서 기초 슬래브를 설치하는 기초. 온통기초 또는 전면기초라고도 함.

그리고 이렇게 말뚝기초이나 매트기초처럼 건축물이 가라앉지 않고 튼튼하게 서 있도록 건물의 하부를 단단하게 만드는 공사가 기초공사입니다.

기초공사 : 구조물의 밑바닥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공사. 즉 구조물을 지탱할 수 있도록 지면을 단단히 하는 공사를 말하며, 기초 공사가 부실할 경우에는 중량이 지반을 무너뜨리거나 지반이 함몰되어 구조물이 침하할 수도 있음.

그럼 이제 말뚝을 박아봅니다. 건물을 짓기 전에 기다란 말뚝 수십, 수백 개를 암반층까지 단단히 도달하도록 때려 박아주고 그 말뚝 위에서부터 건물을 올려서 짓습니다.

당연히 말뚝은 수직으로 박아야 하고 부러지거나 휘지 않게 박아야 합니다.

도심지에서는 말뚝을 때려 박는 것이 소음이 심해서, 장비를 이용해서 말뚝의 구멍을 먼저 뚫고 말뚝을 그 안에 집어넣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구멍을 뚫은 후 말뚝넣기>
<용접으로 말뚝 잇기와 말뚝박기>

건물을 짓고 나면 멋진 건물이 우아하게 땅 위에 솟아 있습니다. 하지만 땅 밑 안 보이는 곳에는 건물의 길고 늘씬한 다리들이 땅속에 빠지지 않도록 힘들게 버티고 있습니다.

 

우아한 모습의 백조가 물속에서는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듯, 우리는 땅 위의 평화로운 모습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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