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놈을 막아라, 절대 물러서지 마라~”
공사 초기에 벌어지는 치열한 힘겨루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공사장 한쪽에서 침범하려는 자와 막는 자의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집니다. 출입 금지 구역을 뚫고 이곳 공사장에 아주 위험한 놈이 침입하려 합니다.
공사장은 혼잡하고 항상 사고의 위험이 있어서 근로자는 안전교육을 받고, 안전장비를 착용해서 작업을 해야 하고, 작업장에는 작업자외 출입금지를 위한 벽체나 바리케이드를 칩니다.
특히 공사 초기 건물의 지하층을 만드는 작업을 위해 땅을 깊이 파고 지하에서 작업하는 공사는 더욱 위험해서, 외부에 바리케이드를 견고히 하여 공사관계자외 출입을 강력히 통제합니다.
그중에서도 지하 작업장으로 절대 들여보내면 안 되는 놈이 있으니, “사람이 아닌 흙!”
이놈을 막기 위해서는 아주 강력하고 특별한 바리케이드를 쳐서 지하 작업이 다 끝날 때까지 지하로 밀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버텨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흙막이입니다.
건물의 지하층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먼저 땅을 깊게 파야 합니다. 땅을 팔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땅을 경사지게 비스듬이 파서, 가만히 놔둬도 옆의 흙이 안 무너지게 공사를 하는 방법입니다.
흙이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경사각도, 즉 흙의 인내심의 한계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로 비스듬하게 파는 방식으로 흙과 싸움을 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서로 성질을 건드리지 않고 공사를 하게 되면 문제가 없지만 이런 경우는 부지가 넓거나, 혹은 파야할 부지 옆에 여유 공간이 많아서 경사지게 파는 것이 가능한 넓은 여유 면적이 있어야 합니다.
흙의 안식각 : 같은 의미로써 휴식각이 사용되며, 안정된 비탈면과 원지면이 이루는 흙의 사면각도를 말하며 자연 경사각이라고도 함. 기초파기의 구배(경사)는 토사의 휴식각에서 결정되므로 토질에 따라 다름.
하지만 공사장 옆에 다른 건물이 바짝 붙어있던지, 땅이 좁아서 경사지게 팔 여유면적이 없는 경우에는?
하는 수 없이 땅을 수직으로 파고 흙이 못 들어오도록 바리케이드를 쳐서 막은 후에야 지하층을 작업할 수 있습니다. 즉 인내심의 한계가 바닥난 흙의 침입을 막아내야 합니다.
밀고 들어오려는 성난 흙과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고, 이때 설치하는 방어선이 흙막이 벽체입니다.

그래서 흙막이는 상대방의 전투력을 충분히 파악해서 이를 꺾을 수 있는 튼튼한 놈을 세워야 합니다.
고도의 구조계산으로 흙의 침입에 무너지지 않게 설치되어야 하고, 설치 후에도 수시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일 흙막이 저지선이 무너지면? 작업자는 매몰되고, 지하층 건물도 파손되고, 심지어 인접한 다른 건물도 기울어지고 주변 도로도 주저앉는 등 패배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그리고 추가로, 흙과의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비겁한 일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흙막이를 설치한 후 상대편 흙 속에 조용히 스파이를 침투시킵니다.
이 스파이들은 땅속 여기저기서 비밀리에 활동하며 흙의 동태를 수집하여 정기적으로 흙의 동향을 제공해주게 됩니다.
“앗!! 요즘 흙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성질이 치솟아 조만간 크게 쳐들어올 것 같습니다!”
이런 흙의 움직이라든가 땅속 지하수의 동향 등을 알려주는 스파이(계측기기) 덕분에 우리는 상대방의 공격 움직임과 낌새를 미리미리 알고 흙막이가 무너지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흙막이 공사 시 꼭 필요한 계측관리입니다.
계측관리 : 연약지반내 성토로 인한 변형이나 지지력 변화를 측정하기 위하여 실시하며 정보화시공이라고도 함. 지중 및 흙막이 구조물, 인접구조물 등에 설치된 여러 계측기기들이 변화를 감지하여 수치로 나타내어 위험성을 판단하고 조치, 관리함
흙막이 바리케이드가 낑낑거리며 몇 달 동안 흙의 침입을 버티는 동안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잽싸게 튼튼한 지하층 공사를 완성합니다. 그러면 이제 필요 없어진 흙막이는 해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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